등교 올해부턴 아들이 혼자서 등교를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매일 아침에 손 꼭 잡고 학교에 데려다줬었는데, 등하교와 픽업이 힘들어서 혼자 가보라고 한 적도 있는데, 막상 혼자 등교하는 뒷모습에서 많은 감정이 스친다. 정작 본인은 괜찮겠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매일 동생과 티격태격하는 게 일상이지만 가끔은 의젓하게 동생을 보살핀다. 한 번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동생이 슬프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을 봤을 땐 눈물이 핑 돌더라.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이 나에게 주는 감정은 마냥 기쁨도 아닌 슬픔도 아닌 어떤 아련함.
어른 에버랜드에 가서 넋 놓고 즐기기만 할 수 없는 사람. 주차료, 입장료, 상품권, 할인 혜택, 놀 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 우천 시 여벌옷을 챙기고 본인보다 아이들의 컨디션과 기념품을 챙기는 사람. 알바생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놀이동산의 수입을 어렴풋이 계산해 보는 사람. 불꽃놀이를 보며 설치 장소, 백업 스테이지, 불꽃놀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사람. 아이의 재밌었다는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보상되는 사람. 차에서 잠든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비로소 편한 숨을 몰아쉬는 사람. 함께 있으면 걱정을 덜어주는 사람.
끈적거리는 펜 대학생 때 서울로 랩을 배우러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정해진 비트에다 직접 작사를 하는 숙제였나 보다. 녹음된 음악을 차에서 틀어줬는데, 내 기억엔 좀 센치한 비트에 상대적으로 힘 있는 목소리였다. 인상적으로 들렸던 가사는 "끈적거리는 펜을 쥐고 끄적대는 일상에 내려오는 절망~". 나는 끈적거리는 펜이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펜에 주스라도 쏟은 줄 알았더니 가사가 잘 써지지 않는 걸 이렇게 표현했다고 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때가 스냅샷처럼 남아있다. 랩 하는 친구의 녹음을 처음 들어서인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용기가 멋져 보였는지.